그는 수년 동안 초밥 다이어트, 파스타 다이어트, 하루에 물 5리터 마시기 등등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것도 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오래 지속할 수가 없었다. 선사시대에서 힌트를 얻은 그는 우리의 신체가 '세트 포인트set point'에 의해 조절된다는 이론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트 포인트란 각자에게 최적인 몸무게를 신체 스스로 유지하려고 하는 시점으로서, 일종의 선사시대식 체내 자동조절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비교하자면, 집 안의 자동 온도조절 장치는 그와 반대 방식으로 작동한다. 실내가 추워지면 온도조절 장치는 난방기를 가동시킨다. 그러나 로버츠의 세트 포인트 이론은 이렇다. 몸 안에 들어오는 음식이 적어지면 우리는 배고픔을 '덜' 느끼게 되고, 음식이 많으면 배고픔을 더 느끼게 된다.
"그 반대 아니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여름에 난방기를 돌리는 식이 아니냐면서 말이다. 그러나 실내 난방과 칼로리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겨울에 대비해 따뜻한 공기를 집 안에 저장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장래에 쓸 칼로리를 미리 비축해두는 것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지방은 돈과 비슷하다. 지금 열심히 벌어서 저축해뒀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식량과 물자가 부족했던 시대, 다시 말해 고급 중국 레스토랑에 예약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냥 결과가 풍성해야만 다음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는 그러한 세트 포인트 시스템이 매우 유용했다. 음식이 부족할 때는 비축해두었던 체내 지방을 소비하고, 음식이 풍부할 때는 지방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츠는 세트 포인트 시스템에 하나의 강력한 신호 메커니즘이 동반된다고 확신했다. 맛 좋고 풍미 있으며(풍요로운 현대사회의 감미료가 가능케 한) 익숙한(예전에도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우리 신체는 거기서 얻는 칼로리를 가능한 한 많이 저장해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로버츠는 이러한 신호 메커니즘이 학습된 결과물이며('파블로프의 개'의 반응처럼) 그것이 옛날 옛적에는 인간에게 매우 적절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오늘날 이러한 신호 메커니즘을 오히려 비만과 과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로버츠는 이러한 '선사시대식' 시스템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신체에 보내는 신호를 줄임으로써 세트 포인트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 한 가지는 자극이 적은 담백한 음식 위주의 식사였다. 하지만 그 방법은 썩 내키지 않았다. (사실 그는 맛있는 음식이라면 혹하는 미식가였다.) 수차례의 실험 끝에 그는 세트 포인트 시스템을 속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알아냈다. 하루에 서너 번 정도 식간에 인공 조미료를 가미하지 않은 오일을 몇 스푼씩 먹으면(캐놀라 오일이나 엑스트라 라이트 올리브 오일을 썼다) 칼로리는 보충되면서도 체내에 더 저장하라는 신호는 전달되지 않았다. 또 적정량의 설탕물(일반 백설탕보다 혈당을 천천히 상승시키는 결정 과당을 사용했다) 역시 같은 효과를 냈다. (단맛 자체는 체내의 칼로리 신호 시스템에서 인공 감미료 같은 역할을 하지 않는 듯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로버츠는 무려 18킬로그램이 빠졌고 다시 살이 찌지도 않았다. 그는 먹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먹었으며 예전보다 배고픔을 훨씬 적게 느꼈다. 주변 동료와 친구들도 그의 다이어트 방식을 시도해서 대부분 비슷한 효과를 보았다. 그의 식이요법은 다른 대부분의 다이어트 방법에는 없는 장점들을 갖고 있었다. 우선 실천하기가 쉬웠고 과학적 이론에 근거했으며, 무엇보다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